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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의 추진 사업과 과제(박학양 사무총장)
2019.04.01

요즘 ‘윤리적 소비’, ‘착한 기업’은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생산자와 소비자간 정보비대칭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가성비(價性比) 뿐만 아니라 가심비(價心比)로 설명되는 가치소비가 대세가 됐고, 똑똑한 소비자를 상대하게 된 기업은 사회적가치, 사회적책임을 경영이념에 접목하며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발생한 불평등, 환경, 노동과 인권, 고령화 등 각종 사회문제가 심화되면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경제가 대안경제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지 오래됐다.

우리나라도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2012년에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어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법적 기반은 마련됐다. 그러나 2017년까지도 사회적경제는 주변부 경제, 금융 배제 경제, 자생력 없는 취약경제로 치부되면서 온전한 생태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사회적경제가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17.10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18.2) ▲소셜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18.5)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18.7) 등 단기간 내에 굵직한 정부정책이 추진돼 사회적경제는 양적, 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은 우리경제의 포용성장을 견인하고 사회적경제조직의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다. 그동안 재무성과와 수익 중심의 금융시장 여신관행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의 민간 금융시장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일부 사회적금융기관은 규모의 영세와 수도권 편중으로 사회적경제에 충분한 금융이 수혈되지 못했다.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은 사회적경제조직의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충분한 정책금융 공급으로 수요부족 문제를 해결하며 금융조달 방법을 다양화하여 안정적인 인내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대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년 1월 23일 대한민국 최초의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이며, 한국형 BSC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출범은 우리나라 사회적금융 시장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향후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며, 연대기금은 상호금융기관, 은행권, 사회적경제 연합조직 등 민간을 상대로 기금 출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사회적경제 인내자본 공급 및 사회적목적 프로젝트 지원, 지역기반 중개기관 육성을 통해 사회적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금융 수요에 대응하는 등 기존에 부재했던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출범 이후 연대기금은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사회혁신 프로젝트 및 지역별 사회적경제 조직의 다양한 금융 수요를 파악했고, 지난 3월 20일 금년도 사업계획을 이사회에서 확정했다.

업무계획은 사회적경제 현장수요를 적극 반영하고, 사회적가치와 파급효과, 금년 중 실행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사업을 선정했으며, 사실상 업무 추진 기간이 6개월 정도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해 총사업비는 500억 원 수준으로 수립했다.

주요 추진사업은 첫 번째로 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 공공펀드와 사회적경제 전용 펀드 구성시 후순위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보완해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승수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기존의 사회적금융 중개기관과 공동상품도 지원할 계획이다.

두 번째 사업은 사회성과보상사업(SIB), 소셜주택, 시민자산화, 사회적경제 방식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사회문제를 예방, 해결하는 임팩트가 크고 지속가능한 사회목적 프로젝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세 번째 사업은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의 역량 강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육성사업으로 상반기 중 지역, 분야별 중개기관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로드맵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 SIB 운영기관, 중개기관 등에 투·융자 방식의 운영자금 지원과 전문인력 매칭지원 등 중개기관의 역량강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커다란 관심과 우려속에 출범한 사회가치연대기금이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었지만 몇가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로 사회가치 평가와 성과 측정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는 향후 사회적금융과 사회가치연대기금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관찰기간과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 사안으로 정부의 흔들림 없는 정책기조 유지와 사회적금융기관간 효율적인 정보공유와 인내경영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사회가치연대기금의 핵심사업인 인내자본 공급과 최종위험 부담자(Final Risk­Taker) 역할은 자본의 장기, 고정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출연기반 확보 등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금융 시장 참여자간의 시장경합을 어떻게 회피하면서 효과적인 시너지를 낼 것인가의 문제다. 작년부터 정책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사회적금융 수요는 어느정도 해소되었고 올해는 작년 대비 정책자금 공급계획을 더 늘려잡았기 때문에 시장의 자금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이 이루어질 경우 기관간 과당경쟁과 선별기능 약화가 우려되며 이는 향후 시장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난관이 있지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재무적 성과도 함께 거두는 사회적경제조직을 발굴·육성하고 시민의 자발성에 기반한 지역적 연대와 협력을 적극 지원하여 튼튼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은 초심을 잃지말고,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회적금융의 혁신자, 촉매자, 소금의 역할을 하는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2019.04.01_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블로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의 추진 사업과 과제”  :  기사보기

2019.04.04_이로운넷  [SE-전문가의 눈] “가치를 품은 연대기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  기사보기